돈 버는 법을 배우기 전에 ‘경제를 보는 눈’을 키워라!
경제를 보는 눈
▣ 머리말 – 경제학은 사고의 기술이다.
경제학이 진정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상황이 달라지면 변화된 정보에 맞게 수정하고 조정해 나가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합리적 사고’와 ‘생각의 기술’이다.
합리적 사고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와 자원은 희소 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좋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비용과 편익 분석 (Cost-benefit analysis)이 모든 의사결정의 기초라고 가르쳐서 투입된 비용에 비해 결과적 혜택이 더 큰가를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과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과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미래의 불확실성에 신축적인 전략을 수립하라고 가르친다.
경제학의 합리적 사고로 훈련 받은 사람은 단순히 실무적 지식 몇 가지를 더 알고 있는 사람 보다 복잡한 경제 현상 속에서 휠씬 빠른 적응력을 가지며 올바른 대응책을 발견해 낸다.
이 책은 경제학이 실생활 전반에 걸쳐 평생 동안 응용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과 사고의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쓰여졌다.
경제학이 강조하는 두 가지 핵심적인 개념인 ‘합리성’과 ‘효율성’에 대한 이해는 논리적 사고의 기초를 세우는데 필수적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1장. 이기심 – 창조와 파괴의 두 얼굴
경제 현상을 다루는 경제학은 욕망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본성은 ‘합리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전제가 모든 논리의 출발점인 것이다.
“개인적 욕망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그러나 “욕망을 무제한 추구하고 확대해도 괜찮다”는 주장과 동의어인 것은 결코 아니다. 제어되지 않은 욕망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 확장하다가 종국에는 파멸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혁명의 실패를 불러온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이기적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기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사회주의뿐만 아니라, 경쟁적 시장에서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격을 인위적을 제한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인간의 모든 경제행위는 이기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반드시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민 보호라는 선량한 의도가 선량한 결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선량한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공동 소유권에 나타나는 경제적 비효율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 이라고 한다. 공중화장실이 더러운 이유, 치어까지 싹쓸이 하는 저인망의 어선의 기승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개인에게 ‘이기심’의 동기만 제대로 부여하면 경제와 경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경제는 개인의 이기심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관차인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며 경쟁적이고 투쟁적이다. 욕망을 최대한 실현시키기 위해 잔인한 약탈전쟁을 지치지도 않고 벌여온 유일한 種은 인간 밖에 없다. 인간의 이기심은 끝없는 창조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욕망의 아메바, 만족을 모르고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괴물과도 같다. 적절한 통제와 방향 유도를 하지 않으면 남들은 물론 종래에는 자기자신까지도 삼켜버리고 내부 붕괴의 외길로 치닫는 어두운 심연인 것이다.
경제를 바로 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욕망의 이중성, 동물적 이기적 본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2장. 합리성 – 진실을 응시하는 힘
‘욕망의 실현’이 ‘경제행위’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성’이 전제 되어야 한다. “무한한 욕망을 합리성이라는 틀로 통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제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경제행위는 상대방이 있는 교환 행위이기 때문에 경제에서는 목적합리성(목적에 구애 받지 않고 행위 그 자체의 의미만을 추구)이 중요하다. 나 혼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과 만족도, 전략까지를 미리 읽고 내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의 목적합리성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일반상식이나 일반적인 교육 이상의 지적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학적 사고’가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경제학이 가르치는 것은 미리 예측되는 정확한 해답이 아니라 상황 별로 시간 별로 달라지고 복잡하고 다양한 불확실성과 의문 속에서 ‘어떻게 최대한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 거짓을 어떻게 직시할 수 있는가, 상식과 감정이라는 스스로의 편견을 어떻게 극복하고 정답(근접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사고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어떤 재화의 두 종류의 용도 중 어느 한 편을 포기할 경우, 포기 안 했다면 얻을 수 있는 다른 기회의 평가액/최대가치로서 상당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기울여야 찾아낼 수 있다. 세상에 기회비용이 들지 않는 일은 없다. 따라서 어떤 것의 기회비용이 더 낮을지를 판단하는 합리성과 이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어 내는 일이 경제 정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s as free lunch)”란 말이 생겨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기회비용의 개념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든지 응용과 확장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이 겹쳐 있을 때 냉정하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다른 무슨 일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결정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한 명시적 비용뿐 아니라 기회비용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매몰비용(Sunk cost)은 과거에 투자된 비용 가운데 그 투자를 중단하더라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 ‘과거’라는 시간은 흔적 속에 이미 묻혀 버렸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선택에 있어서 고려해서는 안 되는 비용인 것이다. 즉, 추가로 들어가는 미래의 비용과 미래에 들어올 비용을 비교해서 ‘추가비용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매몰비용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기왕에 들어간 돈이 크면 클수록 절대 중간에 투자를 그만두기 어려운 심리적 함정에 빠지게 된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을 때 쓰러진 수 많은 기업들이 대부분 천문학적인 매몰비용을 포기하지 못해 깊은 부실의 늪에 빠져 든 경우다. 과거에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서 포기 못하고 진행했다가 미래를 완전히 저당 잡히고 깊은 부실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경제행위를 할 때 단계 별로 두 가지 사항을 미리 염두에 둘 것이다.
첫째, 시작 단계에서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는 매몰비용이 가능한 한 적도록 설계하고,
둘째, 이미 시작된 이후의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과거에 들어간 매몰비용을 완전히 잊어 버리는 것이다.
경제적 의사결정이나 교환은 전체의 가치가 아니라 추가적 필요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한계 (Marginal)가치’의 핵심 개념이다. 개인이라면 상품의 추가적인 구매의 효용(한계효용)보다 크면 구매를 계속 할 것이고, 기업이라면 추가적 생산에 따른 이익(한계이익)이 추가적 비용 (한계비용)보다 크면 생산을 계속 할 것이다. 따라서 생산자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총비용보다 한계비용인 셈이다.
한계의 개념은 경제행위가 전체가치보다는 한계가치에서 결정됨을 가르쳐 준다. 부분(한계)과 전체를 혼동해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피하게 해주는 합리적인 사고인 것이다. 경제적 사고는 올바를 정보라는 요소를 전제로 해야 비로소 진정한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경제행위에 있어서는 정보가 합리성만큼이나 중요하다. 합리적 추론을 하는데 있어서 정보의 중요성은 인간의 경제적 본성에 내재된 욕망과 이기심과 중요한 연결고리를 지닌다. 따라서 경제적인 합리성의 출발점은 사람들이 교환을 하는데 있어 최대한 이기적으로 행동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거래와 교환의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는 상태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 정의한다. 이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역선택의 문제(Reverse selection problem)’와 ‘무임승차(Free ride)’라는 경제적 화두가 나타난다. 무임승차나 역선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경제행위는 교환 상대방이 정직한 사람일 것이라는 막연한 ‘눈먼 우연’에 기대지 않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이에 합당한(미래의 불확실성과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경제 현상이라는 복잡, 혼란스러운 신호체계 속에서 진실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 ‘경제적 합리성’인 것이다.
3장. 시장의 탄생과 역할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요소는 시장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 경쟁적인 매수 혹은 교환을 되풀이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시장의 의미이다. 시장은 크게 생산물이 거래되는 ‘생산물시장’과 그 생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각종 요소들이 거래되는 ‘요소시장(요소시장은 다시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이 존재한다)’으로 구성 된다.
시장을 정의하는데 ‘경쟁적’이란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경쟁’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시장경제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핵심 동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이 형성되기 위한 두 번째의 요건은 ‘균등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매도와 매수에 참여하는 시장, 그래서 자원이 효율적인 배분이 발생하고 교환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시장이야말로 진정한 자본주의적 의미의 ‘시장’인 것이다.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경쟁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시장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 자원을 잘 할당하는 자동배분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기심을 집단적 효율로 연결시키고 시장경제의 효율적인 자기조정적 메커니즘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바로 경쟁력이다. 애덤 스미스는 <國富論>에서 시장의 현상을 “공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모른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Invisivlal hand: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개의 형성된 힘이 경쟁적인 환경에서 작용)’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결과(사회적 효율의 최적화)도 얻게 된다”고 기술 했다. 애담 스미스는 시장이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일종의 블랙박스로 봤다.
효율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라고 하는데, 거래비용을 구성하는 큰 항목 가운데 하나가 갈등을 조정하는 비용이다.
교환 당사자들끼리의 사익에 기초한 자연적인 갈등조정 방식이 거래비용측면에서 가장 적게 들기 때문에 애덤 스미스가 관찰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시장은 교환에 따른 거래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시장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정보수집 비용은 명시적 비용일 뿐만 아니라 기회비용이기도 해서 그 크기를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보수집 업무라는 비교우위에 바탕을 두고 생산자와 수요자의 정보수집 비용을 줄여주고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수수료를 챙기는 영리한 중개인들로 인해 경제적 교환이 빈번해지고 근대적 의미의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상대적으로 더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덜 가치 있는 것을 포기하는 개념으로 기회비용이 적은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한정된 시장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서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절대우위가 아닌 비교우위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비교우위를 통한 생산과 효율이 일상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비로소 시장은 효율적이 된다. 시장은 마술적으로 수 많은 원가정보를 종합해서 ‘시장가격’이라는 신호로 알려 준다.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가격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Price elasticy of demand)’이라고 한다.
이 탄력성 개념은 경제행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경제적 선택이나 협상, 교환을 할 때, 또 상점이나 기업이 가격을 결정할 때,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거나 분배 정책을 결정할 대, 사회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때 등등 모든 경우에 탄력성 개념이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격탄력성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가격 차별화의 핵심은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서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다. 무조건 가격을 규제하고 바가지 요금을 단속하는 것이 결코 소비자를 돕는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이나 결정시스템에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市場價格과 市場價値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용가치가 높은데 교환가치가 낮은 재화가 있고, 교환가치가 높은데 사용가치가 낮은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교한 설명은 제1세대 한계주의 경제학자들의 한계효용 개념이 도입되면서 가능해졌다. 재화의 가치는 주관적인 효용의 최종 증가분 즉, 한계효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물의 효용에 비해 좀더 큰 다이아몬드에 붙는 천문학적으로 비싼 가격은 경쟁적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셈이다.
4장.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집단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의 크기는 1대1의 비율이 아니라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어떤 일정량의 투자 증가가 얼마만큼의 소득 증가를 가져오는 가를 밝히는 경제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승수는 일종의 연쇄파급 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소비절감은 승수효과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체 소비량에 최악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1930년 전후의 대공항이 바로 이런 악순환의 상황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루스벨트 대통령은 엄청난 규모의 개혁정책인 ‘뉴딜정책(재정투자를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 금융시스템의 전면 재정비등 케인즈 경제학에 기초를 둔 개혁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점차 극복했다.
시장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 시장이 실패할 경우 정부의 역할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케인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존재한다.
① 동질의 제품에 대해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할 것
②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가능한 시장일 것
③ 정보의 비균등이 적을 것
④ 공급자들이 가격 책정자가 아니라 가격 수요자 일 것
⑤ 시장이 잘 작동할 경우 자본이익률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의 정상 이윤만이 존재할 것
이와 같은 전제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의 질서와 균형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이 실패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같은 조건을 완벽하게 모두 만족시키는 시장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전지전능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한 가지 이유로 외부성(Externality)을 들 수 있다. 외부성은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고 의식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긍정적 외부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부정적 외부성)을 의미한다. 이런 외부성은 정부가 세금 등을 통해서 치료, 교정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는 사회적 관습의 집합적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관습이 반드시 합리적 이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데 있고, 시장실패는 이미 굳어진 관습이나 기술의 경로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하나의 경로가 정해지거나 여기에 익숙해지면 다른 경로를 바꾸기가 어렵다. 이를 ‘경로의 의존성(Path dependency)’라고 하며, ‘고착효과’라고도 한다. 경로의존성은 시장선점(표준)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이 안다고 하더라도 고칠 수가 없는 상황, 고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서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관습이나 기술자체가 무형의 장벽으로 작용해서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여 무형의 관습을 유형의 법칙이나 시스템으로 정비하면, 경로를 효율적을 바꾸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다.
현대 경제에 있어 시장실패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대두되는 것이 ‘정보의 비대칭 (Asymmetric information)’이다. 정보의 균등한 확산이 시장경제의 핵심 전제조건인데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의 심각한 왜곡으로 발생되는 시장실패의 극단적인 유형으로 투기(Bubble)를 들 수 있다. 정보의 왜곡으로 인해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위험에 비해 수익이 엄청나네 높다고 동시 다발적으로 기대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막연하고 낙관적인 상상력과 희망이 자기충격적 예언으로 시장에 반영되고 상호작용하면서 거품을 일으키는 것이다. 투기에 참여하는 대중들의 이 같은 근거는 낙관과 자기체면, 열병과 같은 맹목적 믿음으로 이것은 아주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어리석은 기대가 제어를 모르는 시장의 무한한 욕망과 결합되는 상황에서 투기 붐은 늘 다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아파트 투기에는 관련자 모두 묵시적인 담합,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한다.
경쟁이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경제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핵심 동력 중 하나이나 경쟁은 내재된 욕망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파괴하기도 하는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좀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개선해 경쟁자를 물리치기 보다는 경쟁자를 시장에서 축출해버리거나 아예 시장에 들어오는 것조차 막아버려 독과점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든다고 인식할 경우, 경쟁은 시장을 파괴하는 독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경쟁을 줄이기 위한 담합과 가격선도(Price lead)라는 교묘한 방식으로 가격 인상, 지대추구(Rent seeking)를 위한 로비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경제는 적자생존, 경제적 강자만 살아 남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제이다. 힘센 참여자들만 살아 남기 때문에 모두가 조직화에 열을 올린다. 좀더 큰 조직의 보호 틀 안에 들어가고, 그 조직들이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경제규칙을 바뀌기 위해 힘으로 밀어 붙이거나 검은 로비로 비용을 쓴다. 이 경우 더 큰 비극은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실패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법으로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왜 이런 로비와 관료적, 정치적 부패가 근절되기는커녕 극성을 부리는 세상이 되었을까?
뷰케넌은 현대의 정치경제시스템이 로비에 취약한 근본원인을 개인들의 근시안적 행태와 선택에서 찾았다. 로비를 통해 특정 집단이 얻는 이익은 천문학적인 반면, 피해를 보는 일반인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나 세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도 그 액수가 적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돌아오는 이익이 거의 없는데도 특정 조직의 로비 저지를 위해 많은 소송비용을 내려 하지 않는 것은 개인차원에서 당연한 합리적 선택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고 지적한다.
경제학은 정부의 시장개입과 규제의 적정성에 대해 일정부분 해답을 갖고 있다.
① 시장을 무작정 방치해도 안 되지만 지나친 정부개입도 결코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개인의 정도와 적정성인데, 가량 기업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민간금융기관을 양성하고 이들이 정부를 대신해서 기업을 간접적으로 규제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민간금융기관’ 과 ‘민간기업’이 길항(拮抗: 비슷한 힘으로 서로 버티어 대항하는)적으로 균형과 견제를 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② 재산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분명히 해서 갈등이 생겨날 소지를 원칙적으로 없애야 하는 것이다.
③ 정부의 주요한 역할은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일반 개별 주체들이 지켜야 할 규칙, 시스템을 만들고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개인적 이기심이 자연스럽게 전체의 이익과 부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④ 일단 정부 정책이 실시되고 난 후 상황이 바뀌거나 잘못됐다고 판단됐을 경우, 정책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도록 반드시 퇴로전략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시장실패와 치유방안,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에 대해 사실 어느 모형도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경제학은 각종 모형 틀과 논쟁을 통해 사고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칠 뿐, 한 두 가지 특정 이론이 만병통치약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5장. 경제성장과 생산성 – 빵의 크기 키우기
거시경제학(Macro econmics)은 특정 생산품이나 개개인의 경제적 선호나 선택에 대해 다루기 보다는 한 나라 전체의 문제를 다루는 분야로 이해하면 된다. 거시경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빵의 크기(국내총생산)와 고용수준이다. 거시경제는 국내 산업뿐만 아니라 수출과 수입 등 해외부문(환율문제, 수입과 수출문제, 대외개방문제, 자본유출문제 등)에도 신경을 쓴다. 거시경제는 또 ‘걱정을 앞당겨서 하는’ 다소 이상한 분야이다. 따라서 정부에 대해 이것 챙겨라, 저것도 신경 써야 한다고 잔소리를 많이 늘어 놓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거시정책은 일정한 경제정책이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떻게 소비자나 기업, 시장에 맞춰 현재의 소비나 경제 정책을 선택하고 조정하는 연구를 하게 된다.
거시경제는 경제의 부분집합의 효율성은 물론 부분집합의 결합체인 경제 전체의 문제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을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분집합의 최적화 (Local optimization)행위나 정책이 다른 부문의 최적화(Other local optimization) 등 경제 전체의 최적화(Global optimization)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부분적, 미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경제행위가 거시적, 총체적으로 전혀 다른 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사례라 바로 유명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문제이다. 거시경제가 다루는 영역은 다양하고 넓고 복잡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 생산성’ 이 네 가지로 압축된다.
빵의 크기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n Product)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숫자로 나타내진다. GDP는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① 특정기간(주로 1년) 동안
② 한 나라가 생산해 낸 모든 최종재와 서비스의 양을
③ 시장가격이라는 화폐가치로 표준화해서 단일지표로 평가하는 것.
비교기준이 다른 여러 상품들을 단일한 기준으로 비교 가능하게 표준화 작업을 위해서는 생산량을 화폐가치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폐가치로 평가하기 위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생산물의 시장가격이다. 빵의 크기인 GDP를 측정할 때는 생산물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개념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잠재능력과 현재의 성과의 차이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가 ‘잠재국내 총생산’이다. 잠재GDP는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기계 등 생산설비로 상징되는 자본을 완전히 활용해서 이룩할 수 있는 최대 성장가능성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력(성장률)이 떨어지면 지나치게 무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냄비경제처럼 경기가 조금만 나아져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쉽다. 또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고용이 악화되는 등 경제의 안정을 해치게 된다. 반면 경제가 잠재성장력 이하에서 움직인다면 이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에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 발전 초기에는 높아지다가 생산성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없이 단순히 노동과 자본의 양적 결합에 의한 성장전략 만으로는 만성적인 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 될 수도 있다.
경제가 고도로 안정된 선진국이라도 물가는 해마다 3% 안팎으로 오른다. 따라서 GDP를 비교할 때는 현재의 물가를 기준년도의 물가 수준과 비교해 통일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빵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단순 물가로 계산해 낸 경제의 크기를 ‘명목GDP’라고 하는데, 우리가 한 나라 경제의 빵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숫자는 바로 이 실질 개념에 바탕을 둔다.
GDP = A * f (E * L, K)
L(투입된 총 노동시간), K(투입된 총자본) 그리고 생산성 요소인 A(국가 전체의 지식수준이나 경제시스템/제도/법규의 효율성 등), E(노동의 숙련도나 노동효율성 등 인적 자본)이다.
노동과 자본이 설명하지 못한 추가적 증가분을 ‘총요소생산성(Multifactor prodcutivity growth)’ 혹은 ‘솔로우 잔차(Slolow’s residual)’라고 한다. 즉 자본, 노동, 천연자원 등의 투입량을 전년도 대비 두 배 늘렸는데 생산이 고스란히 두 배가 늘었다면 생산성은 제로가 되지만, 투입량을 두 배 늘렸는데 생산량이 2.3배 증가했다면 생산량의 차이인 0.3만큼이 생산성이 되는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의 향상률은 투자증가분에 대한 산출증가분의 비율로 계산되어 앞의 경우라면 총요소생산성향상률 = 0.3/2 = 15%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빵의 크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기술진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다.
저축과 투자, 교육과 노동의 질, 연구개발(R&D)투자, 고부가 산업으로의 이행 등 네 가지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빵의 크기가 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숙련된 노동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심각한 연구인력 공급부족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가장 큰 비극과 문제점은 빵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요 당한 계층과 커진 빵의 혜택을 받는 계층이 전혀 다르다는데 있다. 계층만 다른 것이 아니라 부문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다. 그런데 이런 희생과 피해를 보상해줘야 할 채무자(혜택 받은 자)들은 자신들이 전혀 채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채무자로서의 의식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성장의 혜택에 따른 몫을 떼어내 보상하겠다고 하면 크게 반발한다. 경제성장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심각한 그늘은 환경파괴이다. 이 같은 성장의 그늘이 오랜 기간 축적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같이 보이는 경제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내부 붕괴를 일으켜 무너져 버릴 수 있다. 누적된 소외 계층의 불만이 폭발하고 환경의 극심한 파괴가 경제성장 붕괴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라는 개념이 진지하게 모색되고 있다. 생태경제학자들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다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규모(Environmentally sustainable scale)
② 사회적으로 균등한 분배(Socially fari distribution)
③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배분(Economically efficient allocation)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현재 경제학과 정책당국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경기순환(Business cycle)주기에 규칙성이 없고 높낮이에도 규칙성이 없어 적시에 적정한 대처를 하기가 어렵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차이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재정정책은 대공항 등 극단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단기적 수단으로서는 적절치 못하고, 장기 경제상황을 유도하는 데 더 적합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② 통화정책은 경기 안전화보다는 물가안정을 위한 수단, 단지 경기조절 수단에 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6장. 분배의 이상과 현실
한 나라 국민들이 생산과 교환 활동에 참가해서 1년동안 발생한 소득을 국민소득(National income)이라 한다. 현대 경제학의 주류적 연구는 빵의 크기를 키우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빵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나눠줘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분배문제는 소홀히 취급해 왔다.
“공평과 평등이라는 개념은 찬성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내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싫다!” 는 인간의 이중성 때문에, 역사적으로 어떤 사회든 경제행위의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상 경제시스템 내부에 생태적으로 잉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제도가 도입하고 있는 현실적인 배분방식은
① 기업에서 노사가 가져가는 임금을 통한 노동 몫의 분배
② 정부의 조세와 복지정책을 통해 분배
대강 이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경제학에서 보다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부의 조세 정책과 예산 정책을 통한 거시적 분배정책이다.
자본주의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누진세제’를 도입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수록 세율을 높여 많은 세금을 받아 이 세금을 사회적 제도와 규칙, 법률, 시스템 안정화 즉 배분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누진적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는데 있다.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정직하게 내는 사람은 정부에서 소득현황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원천 징수(소득에 미리 세금을 공제하는 것)를 하고 있는 월급 생활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나 고소득자들은 “세금에 열거된 구체적인 내용에 의하지 않고는 과세 할 수 없다.”는 세법상의 허점을 이용한 절세의 외형을 빌려 사실상 탈세를 한다. 세법이 열거주의를 채택한 기본정신은 정부의 자의적 과세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선량한 법 정신을 교묘하게 이용해 탈세가 이루어진다.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최대 40%까지 추정하는 전문가가 있는 것을 보면, 이들 탈세자금에 대해서만 제대로 과세해도 성장잠재력 훼손 없이도 상당한 정도의 분배정의 실현이 가능하다.
세금은 도망을 가버리거나 줄줄이 새거나 남에게 전가되기 쉬운 속성이 있다.
인간은 생각을 표현하고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언어를 만들었지만, 일단 생겨난 언어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확산되기 시작해서 거꾸로 인간의 생각과 상황을 규제해 버리는 힘을 지니는 경우가 있다. 특정 단어가 그 자체로 상황을 ‘절대적으로 옳게’ 혹은 ‘절대적으로 부정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가령 ‘정의’이니 ‘애국’이니 ‘개혁’이니 등의 정의는 방법론적 합리성이나 타당성은 일체 논외로 한 채 그 단어가 가지는 힘으로 상황을 구속해 버리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애국’과 비슷한 사례로 이용되는 단어가 바로 ‘복지’나 ‘분배’과 같은 단어들이다. 이 복지나 분배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 합리적 복지나 분배의 상황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복지와 분배정책에 돈을 많이 썼다는 것과 이 돈이 정말로 소외계층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좋은 의도로 출발한 분배정책이 반드시 선량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배는 액수도 중요하지만 그 방법론이 더 중요하다. 분배정책의 비효율적인 근본원인은 이기심과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와 다시 부딪히게 된다. 이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지원의 방식과 시스템 설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된 분배, 효율적 복지를 위해서는 맹목적인 ‘따뜻한 가슴’보다는 ‘합리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과 방법론’이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세대간 분배 불평등의 문제로 국민연금과 재정적자를 들 수 있다. 국민연금과 재정적자는 정부가 미래세대로부터 빚을 얻어 현재에 끌어다 쓰는 형태다. 그래서 우리세대의 적자는 다음세대가 갚는다.
분배문제에서 경제학이 고민해야 하는 또 한가지 주제는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아래 지속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부문에 대한 보상문제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소외계측에서 혜택계층으로 계층 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한 배려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사회적 의무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 하고 파괴와 폭력의 증가로 경제적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적정 분배가 필요하다. 분제문제의 합리적 해결 없이는 경제 성장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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