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술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저는 술을 참좋아합니다.
원래는 참 안좋아했습니다.
술을 마시면 토했습니다.
처음마신 술이 고2때 친구들과 세수대야에 써니텐과 진로를 섞어서
대접으로 7잔 먹고 인사불성 되어 엠블란스에 실려가게 된 것을 첫 기억으로
참으로 구구절절 나의 술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친구들과 술이야기 할 때 진검승부를 겨루는 대표적 이야기로는
고등하교 졸업하고 서울역 주변에서 졸업기념으로 죽기살기로 먹고 깨어나보니
제 몸에 신문지가 덮여있고 길바닥에는 동전 몇 잎이 떨어져 있어다는 얘기부터
대학 때 친구와 단둘이서 진로25도 소주(당시는 모두 25도 였음) 27병을 먹고
길가던 어깨들과 싸움이 붙어 다리의 십자인대가 작살나 병원에 누워있는데
합의하러온 어깨들한테 울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
"이런 놈은 정신차려야 하니 그냥 가라"고 해서 생돈내고
치료받은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주로 대학 때는 돈이 없어 교내에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장소불문),
아침이나 낮이나(시간불문) 소주나 막걸리 가리지 않고(청탁불문),
새우깡이나 안주 없으면 물로(안주불문),
혼자서든 여럿이든(명수불문) 게의치 않고 마셨습니다.
제가 선배들은 이것을 술을 마시는 자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5대불문으로 자랑스럽게 후배들에게 사사하셨고
X도 모르는 저는 이것을 몇년동안 신주단지처럼 사수하면서 후배들을 가르쳤습니다.
또 문학을 전공한답시고 술 먹을때면 정철의 장진주사등 주로 술과 관련되
시 나부랑이등을 외고 다니면서 겉 멋만 잔뜩 부리고 다니면서 먹었습니다.
참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먹는 것이 남을 이기는 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남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먹었습니다.물론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 진정한 술의 역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 들어가서 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돈이 있으니 술과 밤문화가 같이 가다보니 참으로 요지경 세상이었고
이보다 더 좋은 문화가 젊은 나이에, 그것도 술 좋아하는 놈이,어디 있겠습니까?
술과 여자!
이보다 환상의 조화 보셨습니까?
저는 이때 제 인생 최고의 악습을 배우게 되니 그것이 곧
먹으면 애비도 몰라본다는 낮술이었습니다.
신문사 기자들은 주로 정보원들과 점심을 먹는데 꼭 술 한잔을 곁들이며
정보를 캐는 버릇이 있어 그 때부터 본의아니게 낮술을 하다보니
이제는 낮에 밥은 없어도 술이 없으면 낮이 아닌
그런 세월을 자주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 낮술과 반주의 차이를 아십니까?
제가 항상 지론으로 얘기하는 반주는 먹고 일하는데
낮술은 먹고 사우나 가야하는게 차이입니다.
요즘 제 최대 고민은 낮술 금지입니다.
그렇게 고2부터 한 3-40여년을 먹다보니 알코올 중독이 아니오겠습니까?
저도 중독이라고 생각합니다.심각합니다.
치료 받으려고 병원은 안가고
인터넷만 뒤져보고 별 지랄 다했습니다.
저는 마누라를 참 사랑합니다.진짜 사랑합니다.
그리고 결혼한 후 지금껏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습니다.
술 빼놓고요.
술을 먹으면 하는 얘기 또 한답니다.
당연히 한 얘기 또 하는게 술 꾼 아닙니까?
술 꾼보고 한 얘기 또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술 꾼입니까?
다른 주사는 없습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우쨌든 술 많이 먹는다고 종종 다투지만 매주말이면 되도록이면
마누라와 술을 마십니다.
마누라도 술을 참 좋아합니다.
소주는 안먹고 맥주만 먹습니다.잘먹으면 1천씨씨,못먹으면 5백씨씨.
그것만 먹습니다.그리고는 뽕 갑니다.
근데 어제는 마누라가 술 먹고 헛소리 했다고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이제 술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조만간 금주령이 내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술은 왜 먹을까요?
저는 왜 이렇게 술을 먹게 됐으며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요?
스트레스를 풀려고요? 직장 생활때문에?
마누라가 다 핑계랍니다.진짜 그런것 같습니다.
술은 이제 조금만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누라한테 사랑받으려면...
늙어서 어디 갈데도 없고...
국밥 끓여놓고 마누라가 도망갈 것 같기도 하고...
다가오는 겨울이 너무 쓸쓸하기도 하고...
늙어가는 내 모습이 추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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