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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5년은 살아봐야 전원생활 제 맛 알지

心泉 심상학 2014. 6. 27. 13:07

도시서 살다 시골로 이주해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시골살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 여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전원생활에 대해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시골 가서 살자!”고 하면 순순히 따라나설 뱃장 좋은 아내는 없다.

 

그러다 보니 부부는 “전원생활을 하자!” “그렇게는 못 한다!”를 놓고 밀고 당기다 마지못해 따라나서기도 하고 심지어 따로 사는 주말부부가 되기도 한다.

남편들은 시골에 가서 살 것을 계획하며 이것저것 할 것들을 챙긴다. 용기백배해 서둔다. 도시에서 보다 훨씬 멋있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아내를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여 시골행을 감행한다.

 

이렇듯 남편들은 자신만만하고 아내들은 마지못해 시작한 전원생활도 3~5년만 지나면 역전이 되기 일쑤다. 처음 3~5년간 남편들은 신이 나서 산다.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텃밭도 일구는 시간, 마을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전원생활에 한창 재미를 붙이는 기간이다. 남편들이 신나 있을 때 아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힘들어 한다.


 

하지만 3~5년을 살고 나면 남편들이 싫증을 느낀다. 집 짓는 것이나 정원 가꾸는 것이 끝나고 나면 할 일이 없다. 텃밭 일구는 일도 더 이상 재미가 없다. 남편들은 이때부터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한데 마땅치 않으면 갑갑해 한다.

재미를 붙여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두지 않은 남편들에게 이때가 고비다. 동네에 좋은 친구라도 만나면 다행인데 그것도 쉽지 않다. 마음 트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흔치 않다.

할 일이 없어 멀쩡한 집을 부수었다 다시 짓고 정원 나무를 갈아치우는 등 꼭 돈 들어가는 사고만 쳐 아내로부터 야단을 듣는다. 그러지 않으면 마을 ‘주태백이’와 친구가 돼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맨 날 술이나 마시려고 이런 시골구석에 와서 사느냐!”는 아내의 타박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시골서 살려면 남편들에게는 '땅 사서 개발해 집 짓는 것'보다 재미있게 일이 있어야 한다.

 

남편들이 할 일을 찾지 못해 갑갑증을 느낄 때 여자들은 반대로 재미를 붙이기 시작이다. 남편을 따라 마지못해 내려온 시골서 살다 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가까이에 둘러보면 도시서 살다 내려온 비슷한 처지의 이웃도 만난다. 먼저 내려와 사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언니, 선배가 돼 이들로부터 재미있는 시골생활의 방법들을 전수받는다.

 

야생화를 기르는 것도 텃밭에 채소를 기르는 것, 그것들을 이용해 식탁을 꾸미고 음식을 장만하는 것도 아내들에게는 큰 재미다. 인근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을 보는 것도 재미고 면사무소 2층에서 여는 문화강좌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워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내들이 전원생활에 재미를 붙여갈 때 이미 전원생활서 싫증을 느낀 남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타이밍을 찾기 힘들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 살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옴짝달싹하지 못할 환경이 이미 돼 있다.

 

전원생활에 익숙해져 도시서는 단 하루를 머무를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다. 아파트에 살다 전원주택을 짓고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시 아파트 생활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데 빈말이 아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아파트만큼 편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지만 나이 들어 전원주택에 살던 사람들은 아파트에 단 하루도 못 살 정도로 갑갑해 한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 집에 다니러 갔다 하룻밤 자고 그 이튿날 새벽, 자식들 깨기도 전에, 새벽밥도 거른 채, 부부는 탈출하듯 시골로 내려왔다는 무용담을 자주 듣는다. 아침에 잠을 깬 자녀들은 밤새 사라진 엄마, 아빠를 찾아 헤매다 보면 이미 그들은 시골 텃밭에서, 정원에서 이슬을 맞으며 전화를 받는다.

땅 사서 집 짓고 정원 꾸미고 텃밭 가꾸며 3~4년 보내는 시간 동안 몸은 전원생활 체질로 바뀌어져 있는 것이다. 이 때 뭔가 제대로 할 일을 찾지 못해 마음을 붙일 수 없다면 문제다.

 


 

그러므로 행복한 전원생활 계획할 때는 5년 후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또 5년은 살아봐야 제대로 된 전원생활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지금 당장 재미있는 일이 그 때가 되면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재미없고 불편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재미난 전원생활 소재로 바뀌어 있다.

 

전원생활을 서둘렀던 남편들이 집 짓고 정원 만들기로 3~4년을 보낸 후 할 일 없어 방황하게 되는 것도 5년 후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전원생활에 소극적이었던 아내들이 이것저것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 행복한 전원생활을 꾸려나가는 것도 4~5년은 지나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초기 5년만 남편들 세상이 되고 후반기는 아내들에게만 재미있는 전원생활이 될 수 있다. 5년은 살아야 전원생활의 제 맛을 느낄 수 있고 성공적인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

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김 선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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