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넋두리 한 마디

어느 요양원에 있는 글

心泉 심상학 2015. 8. 17. 12:10


어느 요양원에 있는 글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고,
화살 같다 했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이 가지 않는다 한탄 하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하리요.
보고픔만 더하더이다...

인생은 무상무념이라는 말이 있듯이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 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 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하게도 어린아이처럼 
하루 3끼 입맛과 상관없이 주는 밥과

간식 만이 유일한 낙이로소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처할 곳 없소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면 무엇하리요.
이 한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소이다.


허리뛰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건만.
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리,
종착역에는 벗은 많으나 이 내마음 알리없고
즐거이 마음 나눌 벗 없어 외롭소이다.


앞을 못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서

맑은 정신은 더 외롭소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소이다.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그리움과 괴로움만 더한 것을....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할 뿐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가고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것을...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