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이동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 모씨(40)는 요즘 고민이 많다.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5억원 안팎인데 집주인이 이미 1억원을 대출받은 상황이다. 전세금과 대출금을 합치면 4억원으로 집값의 80%나 된다. 만약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최근 서울 지역 경매 낙찰가율이 7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은행 선순위 대출 1억원을 제외하면 2억5000만원만
남는다. 최악의 경우 김씨는 전세금 가운데 5000만원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전세금은
폭등하면서 집주인 파산 때 전세금 일부 또는 전부를 떼이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에만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합계가 집값 대비 70%를 웃도는 깡통전세 위험 물량이 19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김씨처럼 `깡통전세` 때문에
전세금을 떼일 것을 염려하는 렌트푸어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 보증상품을 선보인다.
9일 국토교통부와 대한주택보증은 지난 `7ㆍ24
세부실행방안` 후속조치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증해 주는 `개인임차용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대한주택보증은 10일부터
전국 영업지사를 통해 해당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보증 대상은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 주택이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다가구) 연립 다세대주택은 물론 주거용 오피스텔도 대상에 포함된다. 보증료는 개인은 연 0.197%, 법인은 연 0.297%다.
아파트는 주택가액의 90%까지 보장하지만 그 외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보증한도는 70~80%에 그친다.
1억원 전세금에 대해
반환보증을 받는다면 한 달에 약 1만6000원만 내면 전세금 떼일 걱정은 사라진다. 전세금뿐만 아니라 반전세금, 월세보증금도 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다. 단 매달 내는 월세 등은 보증 대상이 아니다. 2년 이상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가입할 수 있다.
세 들어 사는 주택이 깡통전세가 돼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세입자나 담보대출이 있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하우스푸어에게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공대운 대한주택보증 영업기획팀장은 "세입자 입장에서 한 달 1만6000원이 작은 돈이 아닐 수 있지만
선순위 대출 유무 등 주택 여건에 따라 실제 보증료를 세입자와 집주인이 나눠 부담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상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대출을 많이 낀 주택은 전세로 내놔도 잘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 조치로 전세 공급을 일부 늘리는 효과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매물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세입자를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그동안 대출 때문에 전세를 줄 수 없었던 하우스푸어의 `숨통`을
틔워준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사실 깡통전세 문제는 고액 전세
세입자들에게 더 심각한데 3억원 이하 전세주택으로 제한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전세난 진원지인 강남 등 고가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